> 리안과의 짧은 만남 긴 여운 리안과의 짧은 만남 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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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Euro) – 신화에서 통합 유럽까지 어느 날,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동전 하나에 새겨진 단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EURO’ – 단순히 유럽연합의 통화를 의미하는 줄로만 알았던 이 짧은 단어는,사실 놀라울 만큼 긴 역사를 품고 있다.그 중심에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한 여인이자, 대륙의 이름이 된 ‘에우로페(Europa)’가 있다.그리스 신화에서 건너온 이름_에우로페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시작된다.에우로페는 페니키아 왕 아게노르의 딸로,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신들의 세계에까지 소문이 자자했다.그 모습을 본 제우스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하얀 황소의 모습으로 변신해 그녀 앞에 나타난다.에우로페는 경계 없이 그 황소에 다가가 등을 쓰다듬고, 이윽고 등에 올라탄다.그 순간 제우스는 그녀를 태우고 바다를 건너 크레타 섬으로 향하고,결국 그.. 2025. 3. 24.
히잡 – 가림 너머의 역사 ‘가림’은 억압일까, 선택일까아랍어로 ‘가리다’는 뜻을 가진 hijab(히잡).사람들은 흔히 히잡을 단순히 ‘머리를 가리는 천’으로 생각하지만,이 작은 천 한 조각에는 수천 년 동안 변화해 온 사회와 종교, 여성과 권력의 역사가 담겨 있다.히잡은 단순히 몸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보여짐’과 ‘보이지 않음’ 사이의 문화적 대화다.고대 문명부터 시작된 ‘가림’의 개념히잡은 이슬람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지지만,사실 여성의 몸을 가리는 관습은 이슬람 이전에도 존재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귀족 여성만이 얼굴을 가릴 수 있었고, 노예나 창녀는 얼굴을 드러내야 했다.이렇듯 가림은 ‘지위’의 상징이었다. 고대 페르시아와 비잔틴 제국에서도여성의 신체를 덮는 옷이 존재했으며, 이는 남성의 소유물로서 보호하는 장치로 기.. 2025. 3. 24.
커튼, 공간을 나누고 마음을 품다 커튼을 걷는 아침.햇살이 스며드는 그 순간은, 하루를 여는 의식 같다.하지만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이 천 조각에는수천 년을 거쳐 변해 온 인간의 삶과 욕망, 그리고 사회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천 한 장으로 지켰던 것들 – 커튼의 시작가장 오래된 커튼은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찾을 수 있다.당시에는 벽에 창이 없었기 때문에, 문이나 입구에 천을 걸어먼지나 해충, 더운 바람을 막는 용도로 사용되었다.이 천은 왕이나 귀족의 거처에서만 사용되었으며,단순히 실용적인 목적뿐 아니라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다.고대 로마에서는 부자들이 목욕탕의 입구나 침실에무거운 천을 걸어 공간을 분리했고,중세 유럽으로 넘어오면 커튼은 더 실용적인 용도로 진화한다. 중세 유럽 – 단순한 천이 가진 의미의 확대중세 유.. 2025. 3. 24.
단군은 신화일까? 고조선, 정말 있었을까 우리가 처음 배운 한국사는 단군 이야기로 시작된다.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곰,그리고 그 곰과 환웅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어릴 적엔 그냥 전설처럼 느껴졌다.외우듯 받아들이고,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어느 날 문득,‘고조선은 정말 있었던 나라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신화라는 이름의 시작단군 이야기는 고려 시대에 쓰인 『삼국유사』와 『제왕운기』에 전해진다.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인내심으로 사람의 모습이 된 곰,그리고 하늘과 땅이 만나 태어난 한 아이.이야기는 단순한 설화처럼 보이지만,그 안에는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라는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이 담겨 있다.단군이라는 이름은민족의 뿌리를 설명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음이었고,그 마음은 신화의 옷을 입고 전해졌다.그래.. 2025. 3. 24.
공중전화 – 동전 한 입에 담았던 마음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순간,우리는  손에 100원을 꼭 쥐고 거리로 나가야 했다.청록색 유리문이 달린 전화 부스 안에서수화기를 들어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짧은 고백을 남기고,때로는 아무 말 없이 울기만 했던 시간도 있었다.지금은 흔적을 찾기조차 어려운 공중전화.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분명 말보다 더 많은 것들을 건넸다.공중전화는 언제부터 있었을까?세계 최초의 공중전화는 1889년 미국 시카고에서 발명됐다.병든 아내에게 전화를 걸지 못했던 윌리엄 그레이(William Gray)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그는 누구나 전화를 쓸 수 있도록 동전 투입식 자동 전화기를 만들었다.한국에서는 1902년, 대한제국 시절서울 중앙우체국 앞에 전화 통화용 공중시설이 설치되면서‘공중전화’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다만 지금처럼 .. 2025. 3. 23.
하트는 왜 사랑을 뜻하게 되었을까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그러니 사람들은 그 감정을 담을 모양을 오래도록 찾아왔다.그중에서도 유난히 익숙한 그 형태.두 개의 둥근 곡선이 모여 뾰족하게 내려오는 하트(♥) 모양은오늘날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먼저 우리에게 사랑을 떠올리게 만든다.그런데 생각해보자.그 하트 모양, 진짜 심장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왜, 어떻게, 이 기이한 모양이사랑의 상징이 되었을까?한 식물에서 시작된 사랑의 모양기원전 북아프리카 키레네 지역에는‘실피움(Silphium)’이라는 신비한 식물이 자랐다.로마인들이 금보다 귀하다고 여겼다는 이 식물은피임 효과가 있는 약초로 유명했고,그 씨앗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하트와 거의 똑같은 형태를 가졌다. 고대인들에게 실피움은 곧 사랑의 도구였고,사랑은 책임과 함께 오는 육체적 연합의 상징이.. 2025. 3. 23.
일주일은 왜 7일일까? – 하늘에서 시작된 시간의 구조 우리는 너무도 익숙한 시간 안에서 살아간다.월요일이면 힘겹게 하루를 시작하고,금요일이면 누군가는 퇴근길에 맥주 한 잔을 떠올린다.그리고 일요일 밤, 또 다른 일주일을 준비하며 조용히 한숨을 쉰다.그런데 문득,“왜 일주일은 7일일까?”라는 질문이 고개를 든다.하루가 24시간인 건 지구 자전 때문이고,한 달은 달의 주기,1년은 태양의 공전.하지만 ‘7일’?그건 자연에서 나온 수치가 아니다.일주일의 시작 – 바빌로니아 천문학에서 비롯되다기원전 20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밤하늘을 관찰하며 ‘움직이는 7개의 천체’를 찾아냈다.태양달화성수성목성금성토성이들은 고정된 별들과 달리 움직이는 별로 여겨졌고,하늘의 신성한 존재로 숭배되었다.바빌로니아인들은 이 일곱 행성에 각각의 날을 부여하며7일을 주기로 한 ‘시간의.. 2025. 3. 23.
악수의 시작은?_ 손끝에 담긴 평화의 제스처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아무 말 없이, 손끝을 살짝 흔드는 것만으로도우리는 친근함, 동의, 환영, 존중, 화해까지 전할 수 있다.우리는 이것을 ‘악수’라 부른다.그런데 생각해보면,손을 맞잡는다는 행동이어쩌다 이토록 보편적인 인사이자 약속의 표시가 되었을까?악수의 시작 – 무기 없이 왔다는 표시악수의 가장 오래된 기원은“나는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는 상징에서 비롯됐다.고대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는만남의 순간 상대방이 손에 무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로손을 내밀어 잡거나, 서로의 팔을 잡았다고 한다.고대 아시리아의 부조(기원전 9세기)에는 왕과 지도자가 손을 맞잡고 있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이는 서로 간의 동맹이나 화해의 제스처로 해석된다.고대 로마의 병사들은 전투 전에 서로의.. 2025. 3. 23.
우산의 유래와 역사 – 왕의 상징에서 감정의 보호막까지 비가 오는 날, 우리는 익숙하게 우산을 펼친다.작고 둥근 천막 하나가 온 세상을 가릴 순 없지만,그 아래만큼은 내 세계가 되는 느낌.그러나 우리가 오늘 드는 우산은,비를 피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햇빛을 피하던 우산 – 시작은 권력의 상징우산의 기원은 기원전 2,400년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이들은 사막 같은 날씨 속에서 햇빛을 피하기 위해‘파라솔(parasol)’이라는 원형의 그늘막을 사용했다.하지만 그건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햇빛을 맞지 않는다는 건,직접 노동을 하지 않는 귀족 계층임을 보여주는 상징이었고,우산은 주로 왕이나 귀인들의 머리 위에서 시종들이 받쳐드는 장식물이었다.그늘이 권력이고, 그림자가 위엄이던 시절.우산은 이미 그 사회의 위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움직이는 권위였다.. 2025. 3. 23.
하데스 : 보이지 않는 곳을 지배하는 자 올림포스의 신인가, 경계 밖의 존재인가?하데스는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형으로,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아들이다.세상을 세 형제가 나누었을 때 그는 지하세계를 맡게 되었지만, 그는 올림포스 산에 머무르지 않고 저승 깊은 곳에서 살아가는 고독한 통치자로 남았다.때문에 고대에서도 그가 올림포스 12신에 포함되는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다. 보이지 않는 자의 왕국‘하데스’는 “보이지 않는 자”라는 뜻.그가 다스리는 세계 또한 보이지 않는 저승(Hades)으로 불렸다.그곳은 죽은 자들이 가는 곳이었으며, 안에서는 엘뤼시움, 아스포델 평원, 타르타로스 등행적에 따라 갈리는 영역이 존재했다.하데스는 이 세계를 공포가 아닌 질서로 다스리는 조용하고 위엄 있는 왕이었다. 지하세계의 세 영역엘리시움(Elysi.. 2025. 3. 23.
포세이돈: 바다를 다스리는 삼지창의 신_올림포스12신 바다를 손에 넣은 신세상을 세 형제가 나누었을 때,제우스는 하늘을, 하데스는 지하를, 그리고 포세이돈은 바다를 차지했다.그는 단순한 물의 신이 아니라, 지중해 문명의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었다.거센 파도부터 조용한 항해, 땅을 흔드는 지진까지—모든 것이 그의 삼지창에서 비롯되었다.삼지창과 해신의 위력포세이돈은 삼지창(트라이던트)을 들고 바다를 다스린다.그의 삼지창은 키클롭스가 제작했으며,한 번 내리치면 지진과 해일, 새로운 섬이 솟기도 했다.그의 전차는 해마(히포캄포스)가 끌며,바다의 생명체들이 뒤를 따른다.폭풍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때론 풍요로운 항해의 수호자가 되기도 했다. 아테네를 둘러싼 신들의 대결포세이돈은 아테나와 아테네 도시의 수호권을 놓고 경쟁했다.그는 짠물의 샘을 만들었고,아테나는 올리.. 2025. 3. 23.
죽도록 사랑해서_김승희 죽도록 사랑해서-김승희-죽도록 사랑해서죽도록 사랑해서정말로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는이제 듣기가 싫다죽도록 사랑해서가을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고 있는붉은 감이 되었다는 이야기며옥상 정원에서 까맣게 여물고 있는분꽃 씨앗이 되었다는 이야기며한계령 천길 낭떠러지 아래 서서머나먼 하늘까지 불지르고 있는타오르는 단풍나무가 되었다는그런 이야기로이제 가을은 남고 싶다죽도록 사랑해서죽도록 사랑해서핏방울 하나하나까지 남김없이셀 수 있을 것만 같은이 투명한 가을햇살 아래 앉아사랑의 창세기를 다시 쓰고 싶다또다시 사랑의 빅뱅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김승희 시집『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세계사) 중에서 2025. 3. 23.
헤라_올림포스를 다스리는 여신_올림포스12신 하늘의 신 제우스 옆에는 위엄 있게 앉아 있는 여신, 헤라(HERA)가 있다. 그녀는 올림포스의 여왕으로 결혼과 가정의 수호자로서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단순한 왕비 이상의 존재로 질서와 신성함을 지키는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형제이자 아내, 제우스와의 결혼헤라는 티탄 신족인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이며, 제우스의 형제자매 중 하나다. 제우스와의 결혼을 통해 올림포스의 여왕이 되었으며, 이 결혼은 하늘의 질서를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제우스의 수많은 외도는 헤라에게 깊은 상처와 분노를 안겨주었다.가정의 수호자이자 응징자그리스 사회에서 헤라는 결혼과 가정의 신성함을 수호하는 신으로 아르고스, 사모스, 올림피아 등의 지역에 웅장한 신전이 세워졌다. 결혼을 앞둔 여성들은 그녀의 제단.. 2025. 3. 23.
제우스 – 하늘을 지배한 신, 그리고 번개의 왕좌 제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신들의 왕은 아니었다.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삼켜질 운명이었던 그는 어머니 레아의 용기로 살아남아 동굴 속에서 숨겨진 채 자라났다. 형제자매를 되살리고 티탄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그는 마침내 하늘과 신들의 질서를 손에 넣는다. 그러나 질서와 정의를 상징하는 그의 삶에는 사랑과 분노, 욕망이 끊이지 않았다. 제우스는 신이지만 인간적인 존재였다. 그는 질서의 수호자이자 욕망의 화신으로 신화 속 중심에 서 있었다. 이 글은 그의 탄생부터 신들의 왕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간다. 올림포스 산을 뒤흔드는 번개의 소리.그 소리의 주인이, 처음부터 왕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우스—그는 삼켜질 운명이었고, 숨겨져야만 했던 아이였다.그러나 끝내 하늘을 지배하는 신이 되었다. 크로노스와 예언 – 삼켜.. 2025. 3. 23.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_-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But let there be spaces in your togetherness,And let the winds of the heavens dance between you.서로 사랑하라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그보다 너의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Love one another but make not a bond of love.Let it rather be a moving sea between the shores of your souls.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한 잔만을 마시지 말라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는 말라Fill each other's cup but drink not from o.. 2025.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