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사람들은 그 감정을 담을 모양을 오래도록 찾아왔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익숙한 그 형태.
두 개의 둥근 곡선이 모여 뾰족하게 내려오는 하트(♥) 모양은
오늘날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먼저 우리에게 사랑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그 하트 모양, 진짜 심장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왜, 어떻게, 이 기이한 모양이
사랑의 상징이 되었을까?
한 식물에서 시작된 사랑의 모양
기원전 북아프리카 키레네 지역에는
‘실피움(Silphium)’이라는 신비한 식물이 자랐다.
로마인들이 금보다 귀하다고 여겼다는 이 식물은
피임 효과가 있는 약초로 유명했고,
그 씨앗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하트와 거의 똑같은 형태를 가졌다.
고대인들에게 실피움은 곧 사랑의 도구였고,
사랑은 책임과 함께 오는 육체적 연합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실피움 씨앗의 하트 모양은
감정과 육체가 교차하는 ‘사랑’의 은유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화와 종교 속의 ‘하트’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랑의 신 에로스(로마에서는 큐피드)가
화살로 사람들의 심장을 찔러 사랑에 빠뜨리는 존재로 그려졌다.
당연히 ‘심장’은 감정의 중심이자 사랑의 기관이 되었고,
중세에 이르러서는 이 심장의 상징이 하트 모양으로 단순화되었다.
또한 중세 유럽에서는
하트를 예수의 희생적 사랑을 의미하는 상징으로 사용했다.
카톨릭 미술 속에서는
불타는 심장 위에 가시관이 놓인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이는 신성한 사랑, 곧 인간을 향한 무조건적인 헌신을 의미한다.
이처럼 하트는 육체적 사랑과 신적 사랑,
그 양극을 모두 아우르게 되었다.
또 하나의 기원 – 몸으로 읽는 상징
일부 상징학자들은
하트 모양이 사실은 여성의 엉덩이나 가슴, 혹은 골반의 형태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고대 미술에서 여신의 실루엣이나
풍요의 상징을 형상화할 때 사용된 윤곽선들이
오늘날의 하트와 비슷한 곡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생명을 잉태하고, 인간을 연결하는 가장 본질적인 힘이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결국, 하트는 ‘인간의 바람’이었다
하트는 심장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사랑에 기대는 감정, 갈망, 따뜻함, 두려움, 기대가 모두 들어 있다.
진짜 심장은 생명을 유지하지만
하트(♥)는 감정을 건넨다.
한 장의 카드, 한 줄의 메시지, 한 번의 고백에 찍힌 하트 하나는
말보다 먼저 마음을 전하고, 때로는 그 어떤 말보다 오래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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