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여행의 순간들5 캐나다_정박 중인 삶을 안아준 항구, Steveston 공항 옆 공원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지도에 이름만 적혀 있던 마을, Steveston.그 마을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었다.그저 ‘항구 마을’이라는 정보 하나. 그리고 바다가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 도착한 건 늦은 오후였다.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으나 하늘은 여전히 파랗게 펼쳐져 있다. 부두엔 생선을 다 팔고 철수하는 배들도 있었고아직 남은 것들을 얼음 위에 놓고 마지막 호객을 하는 상인도 있었다.“Wild caught!”그 말에서 자랑과 고단함이 느껴졌다.붉은 천막 아래 놓인 생선들 위로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부듯가의 작은 레스토랑에선 잔잔한 음악이 흘러 나왔고테라스에는 여행자들이 앉아 누군가는 로제 와인을 마시고누군가는 새우를 손으로 까고 있었다.잔잔한 .. 2025. 5. 10. 캐나다_밴쿠버 공항_‘래리 버그 플라이트 패스 파크’ 활주로 옆의 작은 공원 – 이제 나를 살펴볼 시간이다밴쿠버 공항에 도착한 첫날, 나는 비행기 소음을 안고 공항 옆 공원으로 향했다.‘래리 버그 플라이트 패스 파크’.활주로 끝자락, 지구본이 놓인 그 공원에서 나는 한참을 하늘만 올려다봤다. 커다란 제트기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며어딘가로 날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실어 나르는 것 같았다.나는 도착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마음도 함께 데려온 사람이었다. 이 공원은 단순히 공항 근처의 쉼터가 아니었다.세계로 뻗어 나가는 비행 경로가 새겨진 지구본,종이비행기 모양의 벤치들,그리고 땅을 떠나는 사람들을 축복하듯 머리 위를 스치는 날개들. 낯선 땅에 발을 딛고서 처음 맞이한 공간은,왠지 모르게 ‘여행이 시작됐다’는 말 대신“이제 나를 살펴볼 .. 2025. 5. 10.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나라, 일본 멀다고 하기엔 겨우 두 시간 어쩌다 보니 일본에 오게 됐다.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두 시간쯤 달려 도착한 곳은 시라하마 사이초라쿠.온천으로 유명한 이곳은 처음 방문하는 나에게도 낯설지 않게 따뜻한 기운을 안겨줬다.아침을 거르고 비행기를 타느라 허기진 상태였기에,공항 2층 음식점에서 먹은 해물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신선한 해물이 푸짐하게 올라간 국물 맛이 일품이었고,'여기에 김치 하나만 있었어도 금상첨화였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유카타로 갈아입고,온천 리조트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하며 여유롭게 둘러봤다.로비 한편에는 맥주, 와인, 과일주, 커피 등 다양한 음료가 무제한으로 준비돼 있어,여행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저녁은 호텔 뷔페에서 즐겼다.그중에서도 도톰.. 2025. 4. 1. 피레네산맥이 보인다는 도시, 포(Pau)와 루르드 맑은 날이면 멀리 피레네산맥이 보인다는 도시, 포(Pau).운 좋게도 하늘이 맑았다.말로만 듣던 피레네산맥이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졌다.그런데 풍경에 오래 머물 시간이 없었다.점심 예약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결국 도시를 한 바퀴 휘익 돌고는 그대로 지나쳤다.참 예쁜 도시였는데, 정작 눈에 담아야 할 건 거의 담지 못했다. 식당은 따로 예약해 두었던 타르브(Tarbes)에 있었다.이름도 기억에 남는 곳, L’empreinte라는 레스토랑.음식이 한 접시씩 차례로 나오는데, 나올 때마다 무슨 설명을 열심히 해준다.그런데 솔직히… 전혀 못 알아들었다.그럼에도 이상하게 안심이 되는 게, 어쨌든 다 맛있었다.특히 와인.프랑스에선 와인 병 크기도 다양하다.반 병도 있고, 3분의 2 병도 있다.애초에 병이 그렇.. 2025. 3. 26. 대서양의 바람을 따라, 비아리츠에서의 하루 비아리츠로 가는 길, 중간에 상장드뤼즈(Saint-Jean-de-Luz)라는 항구 마을에 잠시 들렀다.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지나가다 바다가 눈에 들어와 그냥 걸음을 멈췄다.잔잔한 물결 위에 배들이 조용히 정박해 있었고, 항구를 따라 늘어선 집들은 하얀 벽과 붉은 지붕으로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멀리 보이는 둥근 종탑 하나가 이 마을의 시간을 지키는 듯 서 있었다.지나가는 사람들의 속도도 느렸고, 바람도 그 속도에 맞춰 불고 있었다.크게 무엇을 하지 않았지만,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바다는 여느 때처럼 무심했고, 그 무심함이 오히려 마음을 놓이게 했다.잠깐 머문 이 마을을 뒤로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상장드뤼즈(Saint-Jean-de-Luz)라는 항구 마을 그리고 다시 길을 달.. 2025. 3.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