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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여행의 순간들/가끔은 해외 여행

피레네산맥이 보인다는 도시, 포(Pau)와 루르드

by 리안과의 만남 2025. 3. 26.

맑은 날이면 멀리 피레네산맥이 보인다는 도시, 포(Pau).
운 좋게도 하늘이 맑았다.
말로만 듣던 피레네산맥이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그런데 풍경에 오래 머물 시간이 없었다.
점심 예약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결국 도시를 한 바퀴 휘익 돌고는 그대로 지나쳤다.
참 예쁜 도시였는데, 정작 눈에 담아야 할 건 거의 담지 못했다.

 

 

 

식당은 따로 예약해 두었던 타르브(Tarbes)에 있었다.
이름도 기억에 남는 곳, L’empreinte라는 레스토랑.
음식이 한 접시씩 차례로 나오는데, 나올 때마다 무슨 설명을 열심히 해준다.
그런데 솔직히… 전혀 못 알아들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안심이 되는 게, 어쨌든 다 맛있었다.
특히 와인.
프랑스에선 와인 병 크기도 다양하다.
반 병도 있고, 3분의 2 병도 있다.
애초에 병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그 작은 차이가 묘하게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식사를 마치고, 다음 목적지는 루르드(Lourdes).
성모 발현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전해지는 곳.
그곳의 샘물은 치유의 기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어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나는 가톨릭 신자다.
하지만 오랜 세월, 냉담한 채로 살아왔다.
그런 내게 이곳은...
마치 이제는 돌아오라며 조용히 손 내미는 듯한 공간이었다.


루르드에는 지하 성당이 있다.
설명을 들으니 무려 2만 5천 명이 들어간다고 했다.
그 숫자가 믿기지 않았지만, 웅장한 기운은 말이 없었다.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어둑한 시골길을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고, 전날 마트에서 사다 놓은 문어를 꺼냈다.
데치고, 샐러드 만들고,
그렇게 한 그릇 뚝딱.

길었던 하루,
움직인 만큼 생각도 많았고,
어쩐지 그날 밤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