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리츠로 가는 길, 중간에 상장드뤼즈(Saint-Jean-de-Luz)라는 항구 마을에 잠시 들렀다.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지나가다 바다가 눈에 들어와 그냥 걸음을 멈췄다.
잔잔한 물결 위에 배들이 조용히 정박해 있었고, 항구를 따라 늘어선 집들은 하얀 벽과 붉은 지붕으로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멀리 보이는 둥근 종탑 하나가 이 마을의 시간을 지키는 듯 서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속도도 느렸고, 바람도 그 속도에 맞춰 불고 있었다.
크게 무엇을 하지 않았지만,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바다는 여느 때처럼 무심했고, 그 무심함이 오히려 마음을 놓이게 했다.
잠깐 머문 이 마을을 뒤로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길을 달려 도착한 비아리츠.
대서양 남부, 스페인 국경 가까이에 위치한 이 도시는 프랑스인들이 손꼽는 휴양지답게 활기와 여유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거센 파도 덕분에 서퍼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곳엔 오늘도 어김없이 보드를 든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파도 위를 자유롭게 누비는 모습을 바라보며, 바다라는 공간이 이토록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구나 새삼 느꼈다.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고풍스러운 건축물 하나.
마치 바다를 지키는 수호성처럼 보이는 그곳은, 멀리서도 시선을 단박에 끌었다.
처음엔 주차한 곳과 너무 멀다고 느꼈는데, 풍경에 이끌려 걷다 보니 어느새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눈으로 담으며 걷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작은 새를 만났다. 어느 순간부터 내 앞에 조용히 앉아 있던 그 새. 날아가지 않고, 어딘가 아파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아릿해졌다. 자연 속에서 만난 생명이기에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던 순간이었다.
문득,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묵으며 이 풍경과 바다,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스쳤다. 하지만 오늘은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의 자리. 아쉬움을 맥주 한 잔에 녹이며 근처 펍에 들러 늦은 오후를 마무리했다.
해가 어스름히 저물기 시작하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하루.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비아리츠의 바람을 마음에 담아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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