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8 워털루 전투와 나폴레옹 – 황제의 마지막 전장 돌아온 황제, 끝나지 않은 전쟁1815년 3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엘바 섬을 탈출해 프랑스로 돌아왔다. 10개월 전 그는 연합군에 의해 패배한 뒤 엘바 섬에 유배되었고, 프랑스에는 왕정이 복원됐다. 하지만 루이 18세의 정권은 민심을 얻지 못했고, 왕정 복고에 대한 반감은 퍼져 있었다.엘바에서 그의 귀환은 전광석화처럼 전개되었다. 상륙 후 만난 병사들은 그를 체포하기는커녕 지지했고, 파리는 열광하며 다시 황제를 맞이했다. 이른바 백일천하가 시작된 것이다.하지만 유럽 열강은 더 이상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영국,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는 곧 제7차 대프랑스 동맹을 조직하고, 프랑스와의 전면전을 준비했다. 전장은 벨기에 남부의 워털루. 여기서 유럽의 미래가 판가름 나게 된다. 나폴레옹의 .. 2025. 5. 13. 프랑스 혁명과 로베스피에르의 딜레마 도덕이 칼을 들 때, 혁명은 어디로 가는가?프랑스 혁명은 자유와 평등을 외쳤지만, 공포와 의심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스러져갔다. 그 중심에 있던 로베스피에르. 그는 도덕을 믿었고, 그 믿음은 피를 불렀다. 오늘 우리는 그의 이야기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1789년, 무너진 바스티유 감옥프랑스 혁명은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이 민중에 의해 함락되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그 감옥은 실제로는 몇 명의 죄수만 수감된 곳이었지만, 왕권과 전제정치의 상징이었다.이날은 지금도 프랑스의 국경일(La Fête nationale)로 기념된다.하지만 혁명의 불씨는 그보다 오래전부터 피어오르고 있었다.구제도(Ancien Régime) : 귀족과 성직자가 세금에서 면제되고, 평민에게만 부담이 전가된.. 2025. 5. 13. 군계일학(群鷄一鶴) – 평범함 속에서 단연 빛나는 한 사람 우리 주변엔 그런 사람이 있다.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조용히 다른 시선을 유지하는 사람.소란스러운 무리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그 존재는 때로 말없이도 드러난다.그런 사람을 우리는 옛사람의 말로 이렇게 불렀다.군계일학(群鷄一鶴).수많은 닭들 사이에 단 한 마리의 학이 서 있는 듯한 풍경. 고사 속 이야기이 말은 진나라 회왕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회왕은 초나라에 사신을 보냈고, 그 사신은 그곳의 인물 중 하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마치 군계일학(群鷄一鶴)과 같습니다.”“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입니다.” 그가 말한 이는 단지 외모나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지혜와 품격, 그리고 말 한마디에 담긴 무게까지 남달랐다고 전해진다.한 .. 2025. 5. 12. 젓가락은 철학이다 – 동양 식문화에 깃든 사유 하나의 도구를 오래 바라보면, 그 속에 담긴 세계관이 서서히 드러난다.젓가락은 단순한 식사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동아시아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본 방식,그리고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오롯이 담고 있는 사유의 도구다.젓가락의 기원 – 불을 다루는 손끝에서 시작되다젓가락은 처음부터 식사용으로 만들어진 도구가 아니었다.기원전 중국의 주나라 시기, 뜨거운 솥 안에서 음식을 꺼내기 위해나무가지나 대나무를 잘라 만든 막대 두 개가 그 시작이었다.『한비자』에 따르면, 젓가락은 조리용 ‘연장된 손’으로 쓰였고,점차 일상 식생활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도구의 기능이 바뀌었다는 것은 삶의 방식이 변했다는 뜻이다. 절제의 도구 – 공자와 유가의 식사 철학공자는 『예기』에서 음식은 조용하고 절도 있게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젓가.. 2025. 5. 12. 포크의 기원 – 농기구에서 귀족의 식사도구가 되기까지 우리는 오늘도 포크를 집어 식사를 한다.스테이크를 썰고, 파스타를 감고, 때로는 케이크 한 조각을 살며시 들어올릴 때도.하지만 너무도 익숙한 이 도구가 사실은 한때 ‘신을 모욕하는 물건’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포크의 시작은 농기구‘포크(fork)’라는 단어는 라틴어 furca(포르카)에서 왔다.원래 뜻은 ‘갈래진 나무 막대기’, 즉 농사일에 쓰이던 쇠스랑이다.고대 로마에서는 이 ‘furca’를 이용해 건초를 퍼올리거나 불에 음식을 걸어 익히는 데 사용했다.하지만 이 시기의 포크는 식사도구가 아니었다. 단지 불과 가까운 곳에서 조리를 보조하는 도구였을 뿐이다. 최초의 식사용 포크는 ‘비잔틴 제국’에서 등장시간이 흐른 뒤, 11세기경 비잔틴 제국의 궁정에서 금이나 은으로 만든 작고 정교.. 2025. 5. 12. 나르시시즘(Narcissism)의 유래 – 거울 속 자신에게 빠진 그 이름 우리가 일상에서 ‘나르시시즘’이라고 말할 때대개는 지나친 자기애나 자기 중심성을 떠올린다.하지만 이 단어는 단순한 심리 상태 이상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그 시작은 아주 오래전 그리스 신화 속,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빠져 죽은 한 소년,나르키소스(Narcissus)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르키소스 – 너무 아름다웠던 그 소년나르키소스는 인간이었지만 그 아름다움은 신들을 능가할 정도였다고 한다.신이든 님프든, 누구든 그를 한 번 보면 사랑에 빠졌다.하지만 그는 그 어떤 사랑도 받아들이지 않았다.특히 에코(Echo)라는 님프가 그에게 마음을 고백했지만,그는 그녀의 감정을 무참히 외면해버렸다.에코의 절망과 고통은 결국 신들의 분노를 샀다.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는나르키소스에게 “자기 자신과 사랑.. 2025. 5. 11. 캐나다_정박 중인 삶을 안아준 항구, Steveston 공항 옆 공원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지도에 이름만 적혀 있던 마을, Steveston.그 마을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었다.그저 ‘항구 마을’이라는 정보 하나. 그리고 바다가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 도착한 건 늦은 오후였다.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으나 하늘은 여전히 파랗게 펼쳐져 있다. 부두엔 생선을 다 팔고 철수하는 배들도 있었고아직 남은 것들을 얼음 위에 놓고 마지막 호객을 하는 상인도 있었다.“Wild caught!”그 말에서 자랑과 고단함이 느껴졌다.붉은 천막 아래 놓인 생선들 위로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부듯가의 작은 레스토랑에선 잔잔한 음악이 흘러 나왔고테라스에는 여행자들이 앉아 누군가는 로제 와인을 마시고누군가는 새우를 손으로 까고 있었다.잔잔한 .. 2025. 5. 10. 캐나다_밴쿠버 공항_‘래리 버그 플라이트 패스 파크’ 활주로 옆의 작은 공원 – 이제 나를 살펴볼 시간이다밴쿠버 공항에 도착한 첫날, 나는 비행기 소음을 안고 공항 옆 공원으로 향했다.‘래리 버그 플라이트 패스 파크’.활주로 끝자락, 지구본이 놓인 그 공원에서 나는 한참을 하늘만 올려다봤다. 커다란 제트기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며어딘가로 날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실어 나르는 것 같았다.나는 도착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마음도 함께 데려온 사람이었다. 이 공원은 단순히 공항 근처의 쉼터가 아니었다.세계로 뻗어 나가는 비행 경로가 새겨진 지구본,종이비행기 모양의 벤치들,그리고 땅을 떠나는 사람들을 축복하듯 머리 위를 스치는 날개들. 낯선 땅에 발을 딛고서 처음 맞이한 공간은,왠지 모르게 ‘여행이 시작됐다’는 말 대신“이제 나를 살펴볼 .. 2025. 5. 10. 판도라의 유래_신들이 인간에게 남긴 선물과 재앙 ‘판도라(Pandora)’라는 이름은 ‘모든 선물을 받은 자’를 뜻한다.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었다.그녀는 인간에게 벌을 내리려는 신들의 계획 속에서 만들어졌으며,그 탄생은 인간의 운명을 영원히 바꿔놓은 시작이었다.그렇게 판도라는 신들의 손에 의해 특별히 빚어진, 인류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제우스의 복수모든 사건은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로부터 시작되었다.그는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하였고, 분노한 제우스(Zeus)는 인간 세상에새로운 형태의 벌을 내리기로 결심하였다.그 벌은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 스스로를 매혹시킬 만큼 아름다운 존재 — 판도라였다.(출처: 헤시오도스 『작업과 나날』)신들의 선물로 완성된 판도라제우스는 명령을 .. 2025. 4. 22. 타이탄(Titan)의 유래 ‘타이탄(Titan)’이라는 단어는,오늘날 거대한 힘이나 압도적인 존재를 가리킬 때 사용된다.하지만 그 유래는, 우주가 아직 신들의 손에 의해 다스려지던고대 그리스 신화 속 한 시대에서 시작되었다.타이탄들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신족이었다. 그들은 세상을 창조하고 질서를 세운 최초의 세대였으며,강인하고도 원초적인 힘을 지닌 존재들이었다.그러나 타이탄들은 단순한 창조자에 머물지 않았다.그들은 아버지 우라노스에게 반기를 들고,세상을 뒤바꾼 최초의 쿠데타를 일으켰다.이 과정에서 가장 앞장섰던 인물이 바로 크로노스였다.그는 아버지를 무너뜨리고 세계의 지배자가 되었다.하지만 승리의 순간에도 두려움은 스며들어 있었다.자신 역시 자식에게 권좌를 빼앗길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크로노스.. 2025. 4. 21. 멘토(Mentor)의 유래 우리가 오늘날 흔히 쓰는 ‘멘토(Mentor)’라는 단어는인생의 길잡이나 조언자를 뜻한다.하지만 이 친숙한 말의 뿌리는 아주 오래전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트로이 전쟁을 앞두고, 오디세우스는 고뇌에 빠졌다.그는 사랑하는 아들 텔레마코스를 남겨두고 먼 길을 떠나야 했고,자신이 없는 동안 누군가 아들의 곁을 지켜주기를 바랐다.오디세우스가 선택한 사람은 오랜 친구이자 신뢰받던 이웃인 멘토였다. 멘토는 단순한 보호자를 넘어,어린 텔레마코스에게 삶의 지혜와 용기를 가르쳐주는 역할을 맡았다.신화 속에서는 여신 아테나가 멘토의 모습을 빌려 텔레마코스를 이끌었다고도 전해진다.아버지의 부재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멘토는 텔레마코스에게 스승이자 친구, 그리고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멘토라는 이름은.. 2025. 4. 21. 에코(Echo)의 유래 우리가 흔히 쓰는 '에코(Echo)'라는 말은, 소리가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가리킨다.깊은 산속이나 넓은 계곡에서 목소리를 외치면, 잠시 후 똑같은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진다.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자연 현상 뒤에는, 오래된 신화 하나가 조용히 숨 쉬고 있다.에코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였다.그녀는 밝고 수다스러운 성격으로 신들과 인간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하지만 에코의 수다는 신들의 세계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남편 제우스의 외도를 감시하던 헤라 여신을 에코가 재치 있게 붙잡아 시간을 끌었고,이 일로 분노한 헤라는 에코를 저주해버린다.그 결과, 에코는 자신의 의지로 말을 시작할 수 없고, 오직 다른 이의 마지막 말만 되풀이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에코는 아름다운.. 2025. 4. 20. 아폴론_태양신이자 예술의 수호자_올림포스 12신 신들의 황금빛 아들아폴론은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신 중 하나로, 그의 여동생은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다. 그는 태양, 음악, 예언, 의술, 순결 등 다양한 영역을 관장하는 신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 중 하나로 꼽힌다. 그의 손에는 늘 리라(lyre)와 활이 들려 있고, 신탁의 장소인 델포이는 그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음악 대결아폴론은 음악의 신으로서 자주 자신의 능력을 시험에 올렸다.대표적인 이야기 중 하나는 현대의 오보에나 바순과 비슷한 아울로스를 불던 사티로스(반은 인간 반은 짐승의 모습을 한 존재) 마르시아스와의 연주 대결이다.판과 뮤즈들이 심사를 맡은 이 대결에서, 아폴론은 악기를 거꾸로 연주하고 동시에 노래까지 부르는 기교를 선보였다.마르.. 2025. 4. 10. 아테나_지혜와 전쟁 사이, 침착한 전사의 초상_올림포스12신 고대 그리스의 도시 아테네. 도시의 이름이 왜 아테나에서 비롯되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이미 이 여신이 얼마나 깊은 상징을 지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아테나는 단지 전쟁을 상징하는 신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전쟁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질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아테나는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신들의 세계에 긴장을 불러일으킨 존재였다. 그녀는 단순히 특별한 탄생을 가진 신이 아니라, 올림포스의 미래 권력 구도를 뒤흔들 예언 속 인물이었다. 제우스는 지혜의 여신 메티스와 혼인했고, 그녀는 그의 첫 번째 아내였다. 그러나 그들의 결합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메티스가 낳을 자식은 아버지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언이 고대 신들, 가이아와 우라노스를 통해 전해졌다.. 2025. 4. 10. 아르테미스 – 거리를 걷는 여신_올림포스12신 혼자이지만 고요한 존재, 말없이 우리 곁을 걷는 그 여신에 대하여 누군가의 연인이 되지 않겠다고 말한 여신세상의 많은 신들이 사랑을 이야기할 때,한 여신은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는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소유도 되지 않기를 바랐다.자신의 삶을,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기를 바란 존재.그 이름은 아르테미스였다.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분명했다.어느 날, 아르테미스는 아버지 제우스 앞에 섰다.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위해 열두 가지 소원을 청했다.그 첫 번째는 “나는 결혼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선언이었다.단순한 '순결'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속하지 않겠다는 삶의 태도였다.그녀는 그렇게 ‘고독’을 선택했고,그 선택은 그녀를 더욱 단단한 존재로 만들었다. 달과 태양, 숲과 도시 – 쌍둥이의 두 길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은.. 2025. 4. 5. 이전 1 2 3 4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