刻 | 새길 각 | 칼이나 도구로 무엇인가를 새기다, 표시하다 |
舟 | 배 주 | 강이나 물 위를 떠다니는 배 |
求 | 구할 구 | 찾다, 구하다, 얻고자 하다 |
劍 | 칼 검 | 검(劍), 날이 있는 무기, 검 |
강물 위에 칼을 빠뜨린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칼이 빠진 자리를 잊지 않기 위해 배 옆에 표식을 했다.
그리고는 배를 멈춘 뒤, 표시가 있는 자리 아래 물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물론 칼은 거기에 없었다.
왜냐하면 배는 흘러갔고, 물도 흘렀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바로 고사성어 ‘각주구검’이다.
이 고사는 『여씨춘추(呂氏春秋)』 찰락편(察今篇)에 등장하며,
‘흐르는 물에 칼이 빠졌는데, 배에 표시를 새기고 칼을 찾는다’는 뜻에서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 방식에 머무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지금, 우리도 그 검을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살다 보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그때 거기’에 묶어두고 살아간다.
이미 지나간 사람에게서 여전히 위로를 구하고, 한 번의 성공 방식을 영원한 답처럼 반복하고
상황은 바뀌었는데, 내가 내린 판단은 언제나 똑같다
왜?
그때 그 방식으로 내가 잘 살아남았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멈춰주지 않는다.
모든 건 흐르고 있다.
나만 멈춰 있다면, 내가 붙잡고 있는 건 기억이지 현실이 아니다.
‘각주구검’은 그걸 말해준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우리는 왜 ‘배에 표식’을 남길까?
어쩌면 그건,
상실에 대한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흘러가 버릴까 봐, 놓칠까 봐, 내가 잃은 걸 잊지 않기 위해
무언가에 기억을 새기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어리석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 표식을 기준으로 현재를 판단할 때, 우리는 칼을 찾지 못한다.
변화는 두려운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것들의 자연스러운 조건이다.
흐름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새로운 검을 얻을 수 있다.
"칼은 흘렀고, 배도 흘렀다.
그러니 나도, 그 속도에 맞춰 흘러가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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