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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양 한 스푼/옛말 속 지혜 한 줌_고사성어

토사구팽(兎死狗烹)

by 리안과의 만남 2025. 3. 25.

"토끼가 죽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


고사성어 ‘토사구팽’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표현이다. 그러나 그 짧은 말에는 인간 관계의 본질과 권력의 비정함이 서늘하게 담겨 있다.

이 말의 유래는 중국 전국시대, 한나라 초(楚漢戰爭)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래 : 한신과 유방, 그리고 냉혹한 권력의 그림자

이 말은 한나라의 초대 황제 유방(劉邦)과 명장 한신(韓信)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유방은 초나라의 항우와의 전쟁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전략가 한신의 탁월한 지략에 크게 의지했다.

한신은 항우의 군대를 각개격파하며 승리를 거듭했고, 결국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결정적 공을 세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한신이 유방 곁에서 오랫동안 총애를 받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천하가 유방의 손에 들어오자, 상황은 급변했다.
유방은 더 이상 한신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고, 그가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의심 속에 그를 잡아 처형한다.

이때 한신은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토끼가 다 죽으면 사냥개는 삶아지고, 적을 물리치면 좋은 장수는 버려진다.
(狡兎死則良狗烹, 敵國破則謀臣亡)”

이 말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쓰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한신의 개선행진

 

유방의 명령으로 포박되는 한신


 말에 담긴 진짜 의미

이 말은 자신의 유익을 위해 사람을 쓰고, 쓸모가 다하면 가차 없이 버리는 행위를 비유한다.
표면적으로는 권력자와 공신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배신과 배제지만, 사실 이는 모든 인간 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이기도 하다.

조직에서, 정치에서, 혹은 친구 관계에서도 우리는 누군가가 필요할 때는 가까이 두고, 필요 없어지면 거리 두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 행위의 냉혹함이 고사성어 네 글자에 고스란히 압축돼 있다.

 

유방과 참모회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토사구팽이라는 말은 단순한 냉소적 경고에 머물지 않는다.
이 말은 인간 관계의 윤리를 다시 묻는다.
"내가 지금 누군가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쓸모가 다한 누군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또 반대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관계 안에서 도구로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의 가치는 상황이 아닌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있는가?"

이 말은 누군가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관계의 온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투옥된 한신

 

진심 없는 필요는 결국, 소모라는 이름의 배신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