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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다시 읽기/신들의 이야기

바쿠스(Bacchus) – 로마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의 또 다른 얼굴

by 리안과의 만남 2025. 6. 1.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의 신, 극예술의 수호자, 열광과 해방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이 디오니소스가 로마로 건너와 ‘바쿠스(Bacchus)’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로마인들은 많은 그리스 신들을 자신들의 신화 체계에 통합했고 바쿠스 역시 그리스에서 온 신 중 하나였다. 그러나 단순한 이름의 변경이 아니라 로마적 해석이 더해지며 바쿠스는 디오니소스와는 또 다른 개성을 갖게 된다.


바쿠스는 어떤 신이었나?

바쿠스는 포도주, 황홀경, 축제, 관능, 그리고 생명의 환희를 관장하는 신이다. 그는 인간의 이성과 질서를 잠시 내려놓고 본능과 자유, 감정과 예술에 몸을 맡기게 해주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의 등장은 언제나 음악, 춤, 향기로운 포도주, 열광의 무리들과 함께였고 그의 곁에는 늘 마이나데스(광란의 여신들), 사티로스(염소 다리를 가진 숲의 요정) 같은 신비로운 존재들이 따랐다.

바쿠스는 단순히 술을 주는 신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억눌린 감정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일깨우는 신이었다.

 

포도주, 황홀경, 축제, 관능, 그리고 생명의 환희를 관장 하는 신


바쿠날리아(Bacchanalia) – 잊혀진 황홀의 축제

바쿠스를 기리는 축제인 바쿠날리아(Bacchanalia)는 원래는 은밀하고 종교적인 의식이었다. 포도주의 계절이 오면 바쿠스를 찬양하며 음악, 춤, 와인으로 밤을 밝히는 의식이 열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쿠날리아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공의 축제로 확장되었고 때론 방탕하거나 정치적 모임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결국 로마 원로원은 기원전 186년에 이 축제를 공식적으로 금지하기에 이른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바쿠스가 상징하는 통제할 수 없는 자유와 해방의 기운이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바쿠날리아 축제 상상 이미지


상징과 의미 – 이성의 반대편, 예술의 또 다른 시작

바쿠스는 아폴론과 자주 대비된다. 아폴론은 질서, 빛, 이성의 상징이라면 바쿠스는 혼돈, 어둠, 감정의 상징이다.

니체는 이 두 신의 충돌과 조화를 통해 예술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조정하는 삶만이 전부는 아니다. 가끔은 이성을 내려놓고, 춤추고, 울고, 웃고, 노래해야 한다.”

바쿠스의 이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우리가 페스티벌에 열광하고, 예술에 감동하고, 때로는 이유 없이 슬퍼하는 것도 바쿠스의 목소리를 마음속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문화 속 바쿠스 – 쾌락과 열정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나다

로마 신화의 바쿠스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쉰다. 그는 단지 고대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감각적 쾌락, 자유, 창조적 열정의 상징으로 현대 예술과 문화 곳곳에 소환되고 있다.

예술 분야에서는 오페라 '아리아드네 auf Naxos'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곡)에서 바쿠스가 직접 등장해 신화적 인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극 무대에서도 디오니소스 혹은 바쿠스를 모티프로 한 인물들이 등장해 인간의 본성과 충동, 해방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술에서는 카라바조(Caravaggio)나 티치아노(Titian) 같은 르네상스 화가들이 묘사한 바쿠스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바쿠스를 젊고 관능적이며, 포도주에 취한 자유로운 신으로 그렸다.

 

현대에 들어서 바쿠스는 와인 산업과도 깊게 연결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 와인 브랜드 ‘Maison Bacchus’는 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전통과 쾌락의 상징을 강조한다. 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Bacco Artigiano’ 축제는 바쿠스를 기리는 와인 축제로, 주민들이 바쿠스 복장을 하고 퍼레이드를 벌인다. 일부 고급 와인 병 라벨에는 실제로 바쿠스의 얼굴, 포도 덩굴, 티르수스 지팡이가 장식되어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이 와인을 마시면 축제처럼 즐겁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뿐만 아니라 철학에서도 바쿠스는 여전히 중요하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바쿠스(디오니소스)를 혼돈, 본능, 예술적 창조력의 원형으로 보며, 아폴론(이성)과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삶을 통찰했다. 이 영향은 현대 심리학, 예술 치료, 창의성 연구에도 반영되어 있다.

오늘날 바쿠스는 단지 술의 신이 아니다.
그는 자유와 해방, 경계를 넘는 예술, 인간 본성의 깊은 곳을 탐구하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다. 축제에서, 와인 한 잔에서, 혹은 무대 위에서 바쿠스는 우리 곁에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다.

 

  • 바쿠스는 디오니소스의 로마식 이름이며, 술과 열광의 신이다.
  • 그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과 감정, 자유를 상징한다.
  • 바쿠날리아는 그를 기리는 축제로, 로마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제도권의 통제를 받기도 했다.
  • 바쿠스는 예술, 열정, 광란의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로,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예술과 문화 속에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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