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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다시 읽기/신들의 이야기

아리아드네와 디오니소스의 이야기_버려진 공주와 신의 사랑

by 리안과의 만남 2025. 6. 1.

고대 신화에는 화려한 영웅의 무용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리아드네와 디오니소스의 이야기는 상실과 위로 그리고 다시 피어나는 사랑에 관한 서사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신화가 멀고 추상적인 세계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미궁에서 시작된 운명 – 아리아드네와 테세우스

아리아드네는 크레타 왕 미노스의 딸이었다.
그녀가 살던 궁전에는 인간의 몸과 황소의 머리를 지닌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갇혀 있는 거대한 미궁(라비린토스)이 있었다.
아테네는 전쟁의 대가로 주기적으로 청춘 남녀를 이 미궁에 바쳐야 했고 이 제물의 사슬을 끊기 위해 아테네 왕자 테세우스가  자원하여 크레타에 가게 됐다.

 

아리아드네는 이 용감한 아테네 왕자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리고 그를 돕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건넨 ‘실타래(클루에스)’는 단순한 실뭉치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가르는 생명의 끈이었다.
테세우스는 그것을 손에 쥐고 미궁 속으로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뒤, 다시 그 실을 따라 무사히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를 꿈꾸며 크레타를 몰래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 끝은 너무나도 허무했다.


나크소스 섬에 홀로 남겨진 아리아드네

도망친 두 사람은 에게 해의 나크소스 섬에 닿았다.
그곳에서 아리아드네는 단잠에 빠졌고 테세우스는 단잠에 빠진 아리아드네를 그대로 둔 채 배에 올라 홀로 떠나버렸다.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신탁을 받았다는 설, 테세우스가 신의 계시를 따랐다는 설, 혹은 단순히 그녀를 버렸다는 이야기까지.

어느 쪽이든 아리아드네는 눈을 떴을 때 사랑했던 이가 떠난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절망에 빠진다.
크레타에서 가족을 등지고 목숨을 걸고 도운 남자에게 버림받은 공주는 그 바닷가에서 홀로 울었다.

 

나크소스섬에 홀로 남겨진 아리아드네


슬픔의 끝에 나타난 신, 디오니소스

그 순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인물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디오니소스 – 포도주의 신, 광란과 해방, 생명의 신.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느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인간 세상에 내려와 방황하다가

운명처럼 아리아드네를 발견했다.
그녀의 눈물과 상처를 보고 그는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를 위로하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신의 아내가 되어 달라고 청한다.
그리고 약속한다.
영원한 생명과 함께 다시는 누구에게도 버림받지 않게 하겠다고.

아리아드네는 결국 그의 손을 잡는다. 그녀는 인간의 삶을 벗어나 올림포스의 일원이 되었다.

 

디오니소스가 나크소스 섬에 홀로 남겨진 아리아드네를 발견하는 순간을 그린 장면. 신과 인간의 운명적 만남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별이 된 왕관 – Corona Borealis

결혼의 상징으로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에게 황금 왕관을 선물했다.
그 왕관은 결혼의 밤에 빛을 발하며 축복을 내렸고 그 후 하늘로 올라가 ‘북쪽 왕관자리(Corona Borealis)’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맑은 여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작은 반지 모양의 별자리 하나가 북쪽 하늘에 떠 있다.
그것은 단지 별자리가 아니라 버림받은 여인과 위로의 신이 나눈 사랑의 흔적이다.


신화 그 너머 – 인간적인 신, 디오니소스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디오니소스가 단지 쾌락의 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상처받은 이들의 곁에 머무는 신이며 삶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존재다.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의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신과 인간의 사랑’이자 ‘버림받은 존재들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고대 초기 서사시인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후대 작가들인 오비디우스, 디오도로스 시켈루스, 파우사니아스, 플루타르코스 등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사랑받았다.
특히 로마 시대에는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의 결합이 예술과 축제의 상징처럼 자주 그려졌으며 회화, 조각, 모자이크 속에서도 그들의 모습은 자주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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