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쓰는 '에코(Echo)'라는 말은, 소리가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가리킨다.
깊은 산속이나 넓은 계곡에서 목소리를 외치면, 잠시 후 똑같은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진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자연 현상 뒤에는, 오래된 신화 하나가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에코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였다.
그녀는 밝고 수다스러운 성격으로 신들과 인간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하지만 에코의 수다는 신들의 세계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남편 제우스의 외도를 감시하던 헤라 여신을 에코가 재치 있게 붙잡아 시간을 끌었고,
이 일로 분노한 헤라는 에코를 저주해버린다.
그 결과, 에코는 자신의 의지로 말을 시작할 수 없고, 오직 다른 이의 마지막 말만 되풀이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에코는 아름다운 청년 나르키소스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의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나르키소스가 던진 마지막 말만 따라 부를 수 있을 뿐이었다.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에코는 슬픔 속에 몸을 숨기고,
남은 것은 오직 울림뿐이었다.
이렇게 에코는 한때 생명력 넘치던 존재에서,
사람들의 외침을 따라 반복하는 메아리가 되어 자연 속에 스며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에코'라는 말은,
그 옛날 님프 에코의 잔향이다.
어쩌면 우리가 무심코 듣는 메아리는,
세상을 향해 끝내 전하지 못한 한 존재의 마지막 속삭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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