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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다시 읽기/신들의 이야기

하데스 : 보이지 않는 곳을 지배하는 자

by 리안과의 만남 2025. 3. 23.

올림포스의 신인가, 경계 밖의 존재인가?

하데스는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형으로,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아들이다.
세상을 세 형제가 나누었을 때 그는 지하세계를 맡게 되었지만, 그는 올림포스 산에 머무르지 않고 

저승 깊은 곳에서 살아가는 고독한 통치자로 남았다.

때문에 고대에서도 그가 올림포스 12신에 포함되는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다.

 

하데스와 케르베로스


보이지 않는 자의 왕국

‘하데스’는 “보이지 않는 자”라는 뜻.
그가 다스리는 세계 또한 보이지 않는 저승(Hades)으로 불렸다.

그곳은 죽은 자들이 가는 곳이었으며, 안에서는 엘뤼시움, 아스포델 평원, 타르타로스 
행적에 따라 갈리는 영역이 존재했다.

하데스는 이 세계를 공포가 아닌 질서로 다스리는 조용하고 위엄 있는 왕이었다.

 

지하세계의 세 영역

엘리시움(Elysium) – 선한 자들의 낙원

용감한 전사들이나 신들에게 총애받은 인간들은 엘리시움(Elysium)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

이곳은 아름다운 초원과 강이 펼쳐져 있으며, 영혼들은 평화로운 삶을 산다.

플라톤은 엘리시움을 영혼이 최후에 이르는 이상적인 장소로 설명했다.

아스포델 평원(Asphodel Meadows) – 평범한 영혼들의 세계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영혼들이 가는 곳이다. 죽은 자들은 이곳에서 생전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영원히 그림자처럼 떠돌게 된다.

그리스인들은 대부분의 영혼들이 결국 아스포델 들판에서 보내게 된다고 믿었다.

타르타로스(Tartarus) – 저주받은 자들의 감옥

타르타로스는 가장 깊고 어두운 곳으로, 극악한 죄를 저지른 영혼들이 영원히 형벌을 받는 장소다.

티타노마키아(올림포스 신들과 티탄 신족의 전쟁)에서 패배한 티탄들이 이곳에 갇 혔다.

시시포스(Sisyphus)와 탄탈로스(Tantalus)는 이곳에서 끝없는 형벌을 받고 있다.


지하세계로 가는 길 : 죽은 자들의 여정

죽은 자들은 죽음과 동시에 바로 지하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스틱스 강(River Styx)과 카론(Charon)

지하세계에 들어가려면 가장 먼저 스틱스 강을 건너야 한다. 이 강은 살아있는 세계와 저승을 나누는 신성한 강이며, 신들조차도 이 강에 맹세하면 절대로 거스를 수 없다고 여겨졌다.

카론(Charon)은 지하세계의 뱃사공으로, 죽은 자들은 그에게 동전(오볼로스, obolus)을 지불해야 배를 탈 수 있다.

무덤에 동전이 놓이지 않은 자들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둑을 영원히 떠돌아야 했다.

왜 동전을 넣어주었을까?

고대 그리스에서는 죽은 자가 카론에게 요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무덤에 동전을 함께 묻는 관습이 있었다. 이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이 저승에서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된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저승 입구와 심판자들  – 스틱스 강, 카론의 배, 그리고 영혼의 저울


저승의 문지기: 케르베로스 (Cerberus)

스틱스 강을 건넌 영혼들은 이제 지하세계의 입구로 들어가게 된다.

이 입구는 케르베로스(Cerberus)라는 거대한 개가 지키고 있다.

케르베로스는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로 묘사되며, 때로는 용의 꼬리와 뱀의 갈기를 가진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의 임무는 살아있는 자들이 지하세계로 함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죽은 자들이 다시 나가는 것을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다.

오르페우스와 헤라클레스는 어떻게 케르베로스를 피했을까?

오르페우스(Orpheus)는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갔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허락을 받아 음악으로 케르베로스를 잠재우고 그녀를 데려갈 수 있었지만, 돌아가는 길에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이 있었다.그러나 그는 아내가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뒤를 돌 아보았고, 에우리디케는 영원히 지하세계에 머물게 되었다.

 

헤라클레스(Heracles)는 12과업 중 하나로 케르베로스를 생포해야 했으며, 맨손으로 제압한 뒤 지상으로 끌고 갔다.

 

지하세계의 입구를 지키는 케르베로스(Cerberus)



봄의 여신과의 만남 – 페르세포네 이야기

하데스는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를 사랑했고, 그녀의 동의 없이 지하로 납치해 아내로 삼았다.

그녀의 어머니 데메테르는 절망에 빠졌고, 그 여파로 지상에는 기근이 퍼졌다.

결국 제우스의 중재로 페르세포네는 일 년 중 일정 기간은 저승에서, 나머지는 지상에서 보내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계절과 자연의 순환, 삶과 죽음의 연결성을 보여준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동반 통치  – 저승을 평화롭게 다스리는 부부

 


죽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닌, 죽은 자를 지키는 자

하데스는 죽음 그 자체가 아니다.
죽음은 타나토스라는 신이 관장하고, 하데스는 죽은 자들의 영혼을 질서 있게 관리할 뿐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인들은 하데스를 공포가 아닌 조용한 존경심으로 대했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인 플루톤(Plouton)은 지하에서 솟는 곡물, 광물, 부를 상징했다.

그는 죽음과 생명, 두 세계를 연결하는 존재였다.


침묵의 왕, 그러나 경계를 넘은 자에게는 단호한 응징

하데스는 드물게 인간 세계에 개입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자에게는 단호한 처벌을 내렸다.

 

헤라클레스는 12과업 중 마지막 과업으로 지하세계의 수문장인 케르베로스(Cerberus)를 데려오는 임무를 받았다.

그는 하데스에게 직접 찾아가 정면으로 협상을 했고, 하데스는 "무기 없이 맨손으로 케르베로스를 제압해야 한다"

조건을 붙여 허락했다.  헤라클레스는 이를 지켜 케르베로스를 잡아올라갔고, 과업을 완수한 뒤 다시 지하세계로

돌려보냈다. 즉, 하데스와 정당한 방식으로 합의를 봤기 때문에, 헤라클레스는 용납되었지만, 테세우스와 피리투오스

상황이 전혀 달랐다.

 

테세우스 헬레네를 스파르타에서 납치해 자신의 집에 가두어 놓고, 페르세포네피리투오스의 신부감으로

데려오기 위해  피리투오스와 함께 지하세계에 내려갔던 것이다.

하데스 몰래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것은 중대한 범죄였기 때문에 하데스는 둘을 ‘망각의 의자(혹은 운명의 의자)’

묶어버렸다.

이후, 피리투오스는 영원히 그곳에 갇혔고,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가 구출해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는 저승의 질서를 지키는 자로서, 자신의 세계에 대한 책임과 권위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하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신이다.
그는 인간의 최후를 지배하지만,그 통치는 공포보다 존엄에 가까웠다.

 우리는 그를 두려워했지만, 동시에 그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는 죽음의 문턱을 지키며,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하데스에게 제물을 바치는 고대인들  – 동굴 앞 제단에서의 희생 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