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자른 낫의 반란 이후, 크로노스는 하늘의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 권력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버지의 예언처럼 그는 자신의 자식들에게서 몰락의 그림자를 느꼈고 두려움에 자식을 삼키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마지막 아이, 제우스는 살아남았다. 숨겨진 곳에서 자란 제우스는 형제자매를 되찾고 마침내 아버지를 무너뜨릴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신들의 세대 교체, 그 서막이 시작된다.
크로노스, 권좌를 차지하다
크로노스는 이 반란으로 하늘의 지배권을 손에 넣었다.
그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 티탄의 시대(Titanomachy 이전의 통치기)를 열었다.
세상에는 다시 빛과 질서가 생겼고 우라노스는 하늘로 물러나 영영 땅과 닿지 않게 되었다.하늘과 땅의 분리 즉 세상의 경계가 생겨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찬란한 승리에는 한 가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바로 우라노스가 남긴 예언이다.
“너도, 너의 자식에게 쓰러질 것이다.”
크로노스는 이 말을 잊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승리의 기쁨보다 몰락에 대한 공포가 더 깊게 새겨져 있었다.
자식을 삼킨 신
우라노스의 예언은 점점 현실로 다가왔다. 티탄 중의 한 명인 레아(Rhea)와 결혼해 자식을 낳기 시작한 것이다. 크로노스는 누군가가 자신처럼 그를 쓰러뜨리러 올 날이 두려워 자식이 태어날 때마다 곧장 입에 넣고 삼켜버렸다.
첫째: 헤스티아(Hestia)
둘째: 데메테르(Demeter)
셋째: 헤라(Hera)
넷째: 하데스(Hades)
다섯째: 포세이돈(Poseidon)
크로노스는 자신의 몰락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미래를 집어삼킨 신이었다.
그의 아내 레아는 슬픔에 젖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결국 반란을 결심하고 땅의 어머니 가이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우스, 비밀리에 자라난 희망
여섯 번째 아이는 제우스(Zeus)였다. 레아는 가이아의 도움으로 제우스를 몰래 크레타 섬으로 보내고 크로노스에게는 돌덩이를 포대에 싸서 주었다. 크로노스는 의심 없이 그것을 삼켜버렸다. 자신이 또 하나의 위협을 없앴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위협은 그 순간 자라고 있었다.
제우스는 어머니의 품도 아버지의 눈빛도 모른 채 자라났다. 대신 그를 길러준 이들이 있었다. 염소 아말테이아가 젖을 먹였고 님프들은 그의 몸을 씻기고 노래를 들려주었다. 동굴 앞에서는 아이의 울음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무장한 청년들이 북을 두드리고 창을 부딪혔다. 그들이 바로 쿠레테스(Kouretes)였다.
크로노스는 단 한 번도 아이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제우스는 자신이 다른 존재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님프들은 그에게 모든 진실을 이야기해주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왜 그가 이곳에 숨겨져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의 형제자매들이 어떤 운명 속에 갇혀 있는지를.
제우스의 가슴엔 피처럼 뜨거운 감정이 맴돌았다. 그날 밤 그는 홀로 동굴 밖으로 나가 별이 뜬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생각했다. 그리고 빼앗긴 것들을 되찾겠다고 결심했다.
어느날, 그는 지혜의 여신 메티스(Metis)와 마주쳤다.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그녀는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싸움으로만 이길 수 없다. 지혜로 무너뜨려야 한다.” 메티스는 비밀스런 약을 건네주며 그가 해야 할 일을 일러주었다. 크로노스의 심장에 틈이 생길 때를 노려 그 안에 갇힌 이들을 다시 세상으로 꺼내야 한다고.
제우스는 궁전으로 향했다. 그는 단단히 준비되어 있었다. 크로노스를 쓰러뜨리기 위한 첫 번째 계획, 그것은 무력이 아닌 계략이었다.
크로노스는 자신의 아들이 몰래 성장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크로노스는 낯선 젊은이를 맞이했다. 그는 제우스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 채 그가 내민 술잔을 받아들었다. 크로노스는 경계하지 않았다. 그는 의심하지 않았고, 웃으며 술을 들이켰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갑작스런 고통에 몸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이내, 그가 오래도록 숨겨두었던 것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삼켜버렸던 형제들이 하나씩 세상 위로 되돌아왔다.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는 마침내 가족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날, 신들의 시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운명, 그리고 전쟁
오랜 시간 어둠에 갇혀 있던 제우스의 형제자매는 처음으로 빛을 보았고 처음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형제자매는 하나로 뭉쳤고 그 중심에는 제우스가 서 있었다. 그는 이제 더는 숨겨진 아이가 아니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새로 태어난 신들의 세대. 그들의 눈은 아버지를 향해 있었고 그들의 의지는 세상을 다시 쓰기 위해 모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크로노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형제들, 즉 티탄들을 불러모았다. 오래도록 조용하던 세계에 다시 불길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세대의 충돌, 피로 쌓인 세계의 또 다른 전쟁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사건은 신과 신의 전쟁, 티타노마키아(Titanomachy)로 이어졌다.
올림포스와 티탄의 대격돌 : 신들의 전쟁, 세상의 질서가 뒤바뀌다
시대를 가르는 균열, 전쟁의 서막자신의 자식들을 집어삼켜 권력을 움켜쥐려 했던 크로노스. 하지만 그의 폭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막내아들 제우스가 그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억압을 뒤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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