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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양 한 스푼/문화의 비밀

결혼 반지는 왜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울까?

by 리안과의 만남 2025. 3. 26.

결혼을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물건이 있다. 바로 '결혼 반지'다.

그중에서도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운 반지는, 사랑과 약속, 신뢰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왜 하필 '왼손'이고, 왜 '네 번째 손가락'일까?

이 오랜 풍습의 유래를 따라가 보면, 신화와 의학, 종교와 상징이 복합적으로 얽힌 흥미로운 문화사가 펼쳐진다.


고대 이집트: 반지의 기원

결혼 반지 자체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원형의 반지를 '영원성(eternity)'의 상징으로 여겼고, 줄기풀이나 가는 금속으로 만든 반지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했다.

반지는 시간의 흐름과 영원의 순환, 끝없는 사랑을 의미했다.

이집트인들은 이 반지를 왼손의 특정 손가락에 끼우는 것이 사랑의 흐름을 연결하는 행위라 여겼다.

 

결혼 반지 자체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


고대 로마 : 심장으로 연결된 정맥?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의 유래는 고대 로마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이 널리 퍼져 있다.

로마인들은 이 손가락에 ‘vena amoris(사랑의 정맥)’라 불리는 혈관이 있어, 그것이 심장으로 직접 연결된다고 믿었다.

이 믿음은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결혼 반지를 끼우는 전통이 자리를 잡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현대 해부학에 따르면, 이런 혈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손가락은 심장과 직접 연결된 정맥을 갖고 있으며, 네 번째 손가락만의 특별한 혈류 경로는 없다.

즉, ‘사랑의 정맥’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낭만적 상징에 가깝다.

 

‘vena amoris(사랑의 정맥)’


기독교 전통과 교회의식

결혼 반지를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우는 전통은 중세 기독교 결혼식 의식과도 연관이 깊다.

일부 성직자는 반지를 끼우며 “성부(아버지), 성자(아들), 성령(성령)”을 외치며 각각 엄지부터 셋째 손가락까지 짚은 뒤,

‘아멘’과 함께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이렇게 종교적 의미가 덧붙여지면서,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은 신성한 약속의 위치로 자리잡았다.

 

종교적 의미로 나타난 왼손 네번째 손가락의 결혼 반지


문화에 따라 다른 위치

물론 모든 나라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결혼 반지를 끼우는 것은 아니다.

인도, 러시아,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오른손에 결혼 반지를 착용한다.

이는 문화적, 종교적 관습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오른손이 ‘올바른(right)’ 손이라는 상징에서 그 전통이 이어진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왼손이 심장과 가깝다는 상징성이 여전히 강하다.


상징으로서의 반지, 그리고 손가락

네 번째 손가락은 '약지'라고도 불린다.

이 명칭은 한자로 ‘약을 바르는 손가락’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지만,

서구에서는 오래전부터 ‘신성한 약속을 상징하는 자리’로 여겨졌다.

손가락들 중에서 가장 활동이 적고, 덜 사용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영구적인 상징을 간직하기에 적절하다고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양손을 포갰을 때 서로 맞닿는 손가락이기도 하여, 사랑과 연결의 이미지가 부여되기도 한다.


현대의 해석과 개인의 선택

오늘날은 ‘왜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어떤 의미를 담고 싶은가’가 더 중요해졌다.

어떤 커플은 반지를 아예 착용하지 않고, 어떤 커플은 오른손이나 목걸이로 착용한다.

전통을 따르되, 각자의 해석을 더해 나가는 시대다.


마무리 한 스푼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이라는 위치는 과학이 아닌 믿음과 상징의 결과물이다.

정맥이 심장에 연결되어 있다는 전설, 성스러운 결혼 서약이 내려앉는 자리, 문화적 관습과 시대의 변화.

이 모든 요소가 얽혀 지금의 풍습을 만들었다.

우리는 작은 반지 하나를 통해 수천 년에 걸친 인류의 감정과 상징, 약속을 손끝에 끼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