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양 한 스푼/단어의 유래

나르시시즘(Narcissism)의 유래 – 거울 속 자신에게 빠진 그 이름

리안과의 만남 2025. 5.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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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나르시시즘’이라고 말할 때
대개는 지나친 자기애 자기 중심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단어는 단순한 심리 상태 이상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 시작은 아주 오래전 그리스 신화 속,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빠져 죽은 한 소년,
나르키소스(Narcissus)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르키소스 – 너무 아름다웠던 그 소년

나르키소스는 인간이었지만 그 아름다움은 신들을 능가할 정도였다고 한다.
신이든 님프든, 누구든 그를 한 번 보면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그 어떤 사랑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에코(Echo)라는 님프가 그에게 마음을 고백했지만,
그는 그녀의 감정을 무참히 외면해버렸다.

에코의 절망과 고통은 결국 신들의 분노를 샀다.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는
나르키소스에게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저주를 내렸다.

어느 날, 그는 숲 속 맑은 샘에서 우연히 물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었고
그 순간 그만, 자신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버렸다.  ‘자신’의 모습에 갈망하고 괴로워하던 그는
결국 그 자리에서 시들어 죽고 말았다.

 

그가 죽은 자리에 핀 꽃이 바로 지금도 봄에 피는 수선화(narcissus)다.
고개를 숙인 듯 피는 이 꽃은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다 끝내 스러진
그의 비극을 말없이 기억하고 있다.

 


현대 심리학 속 ‘나르시시즘’

이 신화는 현대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자기애적 성격(narcissistic personality)’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 신화를 이론화했고, 이후 나르시시즘은
자신에게 과도하게 몰두하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성향
설명하는 데 자주 쓰이게 되었다.

 

이 단어는 단지 ‘거울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고,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타인조차 도구화하는
자기 중심적인 세계관의 한 형태를 의미한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나르시시스트일까?

현대 사회는 때로 모두가 나르키소스처럼 살아가기를 강요한다.
셀카, SNS, 피드백, 팔로워 수…
우리는 타인의 눈을 빌려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그 이미지에 빠져들 위험과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신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삶의 의미를 찾는 일,

과연 그것이 진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까?

에코는 끝내 말하지 못했고 나르키소스는 끝내 자신과만 대화했다.
신화는 사랑과 자기애, 외면과 고립 사이의 미묘하고도 중요한 차이를 우리에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