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의 시작은?_ 손끝에 담긴 평화의 제스처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아무 말 없이, 손끝을 살짝 흔드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친근함, 동의, 환영, 존중, 화해까지 전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악수’라 부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손을 맞잡는다는 행동이
어쩌다 이토록 보편적인 인사이자 약속의 표시가 되었을까?
악수의 시작 – 무기 없이 왔다는 표시
악수의 가장 오래된 기원은
“나는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는 상징에서 비롯됐다.
고대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는
만남의 순간 상대방이 손에 무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로
손을 내밀어 잡거나, 서로의 팔을 잡았다고 한다.
- 고대 아시리아의 부조(기원전 9세기)에는
왕과 지도자가 손을 맞잡고 있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이는 서로 간의 동맹이나 화해의 제스처로 해석된다. - 고대 로마의 병사들은 전투 전에
서로의 손목을 움켜쥐는 방식으로
무장 여부와 신뢰를 확인했다고 한다.
즉, 악수는 처음부터 인사라기보다 생존과 평화의 표시였다.
중세 유럽 – 기사도의 악수, 계급을 뛰어넘다
중세 유럽에서는
귀족이나 기사들이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악수함으로써
“진심을 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특히 기사도 정신(knightly code) 안에서는
악수가 ‘형제애’, ‘동료 의식’의 표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전히 상류층 중심의 의례였고,
일반 민중의 인사법은 절이나 고개 숙임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17~18세기 유럽에서 시민 계층이 부상하면서
계급을 막론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인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악수가 점점 대중화된다.
근현대 – 세계 표준 인사법이 되기까지
산업화 이후, 악수는
비즈니스, 정치, 외교, 스포츠, 일상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기본적인 인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왕처럼 손등에 입맞추는 유럽식 인사를 거부하고
손을 맞잡는 민주적 방식인 악수를 선호했다. - 20세기 국제 외교 무대에서는
악수가 협정 체결의 상징이 되었고,
언론 보도 사진의 기본 포즈로도 자리 잡았다.
팬데믹의 충격 – 악수의 위기와 회복
2020년 COVID-19 팬데믹은
손을 잡는 인사에 대한 거부감을 전 세계적으로 불러일으켰다.
- 손 대신 팔꿈치, 고개 인사, 손하트 등의 새로운 인사 방식이 확산되었고
- 심지어 WHO는 악수 대신 비접촉 인사를 권장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잦아든 이후,
악수는 다시 돌아오고 있다.
왜일까?
사람들은 단순한 동작보다,
그 안에 담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더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역사, 일상 속의 악수
- 《라이언 일병 구하기》
– 전투를 마치고 나서 서로 악수를 나누는 장면.
침묵 속 평화의 상징. - 처칠과 루스벨트
– 제2차 세계대전 회담에서 딱 한 번의 악수가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 일상 속 악수
– 첫 만남, 사과, 합의, 작별, 동료애, 감사, 연대…
한 손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 있는가.
악수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두려움 없이 손을 내민 사람의 용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악수를 통해,
그 사람의 신뢰와 진심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