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양 한 스푼/세계문화의 유래

🥔 감자 – 악마의 열매에서 세계인의 구황작물로

리안과의 만남 2025. 6. 13. 11:39

감자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에서 시작되어 스페인의 탐험을 통해 유럽에 전해졌다. 한때는 악마의 열매라 불리며 천대받았으나 전쟁과 기근 속에서 유럽을 구한 생존 식량이 되었고 지금은 세계인의 식탁을 책임지는 대표 구황작물로 자리잡았다. 잉카 농민부터 근위병까지 감자에 얽힌 문화와 역사를 되짚어본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먹고 있는 감자는 사실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편견과 오해 그리고 생존의 고비를 지나 오늘날의 자리에 도달했다. 볶고 삶고 굽고 튀기며 조리할 수 있는 이 작물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역사적 전환점마다 등장해 사람들을 먹여 살린 구원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감자는 처음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감자의 고향은 어디일까

감자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고원지대다. 지금의 페루, 볼리비아, 칠레 북부 일대에서 자생하던 감자는 약 7천 년 전부터 이 지역 원주민들에 의해 재배되기 시작했다. 특히 잉카 문명은 감자를 주요 작물로 삼았고 다양한 종류와 조리 방식이 발달했다. 안데스 고산지대의 기후는 감자 재배에 적합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감자를 냉동과 건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추뇨(chuño)’라는 형태로도 가공해 사용했다.

 

감자는 단순한 먹을거리를 넘어 잉카 제국의 식량 기반이자 생존 전략이었다.

 

안데스 산맥 고지대에서 재배되던 감자


유럽에 감자가 들어오다

16세기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며 유럽으로 가져간 수많은 작물 중 감자도 있었다. 당시 스페인 탐험가들이 우연히 발견한 감자는 바다를 건너 유럽 대륙에 소개되었지만 초창기 반응은 냉담했다. 감자는 땅속에서 자라는 데다 겉모양이 거칠고 울퉁불퉁해서 ‘악마의 열매’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감자를 먹으면 병에 걸린다며 재배 자체를 금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건 아이러니하게도 기근과 가난이었다. 유럽 각국은 17세기와 18세기를 지나며 흉작과 전쟁으로 식량난을 겪었고 결국 사람들이 눈을 돌린 건 땅속에서도 잘 자라고 보관도 쉬운 감자였다.


감자는 어떻게 구황작물이 되었을까

17세기 아일랜드는 대표적인 감자 수용 국가였다. 기후가 서늘하고 토양이 감자 재배에 적합했던 아일랜드에서는 감자가 금세 널리 퍼졌고 농민의 주요 식량이 되었다. 하지만 1845년부터 시작된 감자 역병과 그로 인한 아일랜드 대기근은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백만 명의 이민자를 낳으며 감자의 이중적 성격을 드러내게 된다. 생명을 살리기도 했지만 전적으로 의존했을 때는 생존을 위협하기도 했던 것이다.

 

한편 18세기 말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감자의 가치를 일찍이 알아보고 농민들에게 감자를 재배하라고 명령했으나 반대에 부딪혔다. 프리드리히는 감자밭에 근위병을 세워 철통같이 지키도록했다. 이는 감자를 보호하는 효과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면서 오히려 감자 재배가 확산되었다. 이는 심리 조작과 유통 전략을 동시에 활용한 사례로 지금도 마케팅 교과서에서 언급되곤 한다.

 

18새기 말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와의 근위병이 감자밭을 지키는 근위병고 있다.


감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

감자는 한때 음식으로서의 자격조차 의심받았던 작물이었다. 생김새가 흙투성이에 가까웠고 씨앗이 아니라 덩이줄기로 번식된다는 점도 당시 농업 지식과 맞지 않았다. 종교적 이유도 있었다. 땅속에서 자란다는 이유로 태양의 은총을 받지 못한 작물이라 여겨졌고 귀족 계층은 감자를 더러운 음식이라며 외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감자는 오히려 기득권 계층이 식량난에 대처할 유일한 대안이 되었다. 프랑스의 의사 파르망티에는 감자가 안전하고 유익한 식품임을 증명하기 위해 감자를 먹고도 멀쩡하다는 것을 공개 시식으로 보여줬고 점차 대중의 인식이 바뀌게 된다. 이후 유럽 전역에서 감자는 전쟁과 기근을 이겨내는 대표적인 구황작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감자는 지금도 문화의 일부다

오늘날 감자는 단순한 작물을 넘어 각 나라의 요리 속에서 문화적 개성을 드러낸다. 미국의 감자튀김, 독일의 감자 샐러드, 한국의 감자조림, 인도의 알루 고비까지 감자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 세계인의 식탁 위에 공통된 경험을 만든다.

 

감자는 여전히 기후 위기와 식량 위기 시대에 중요한 작물로 평가받는다. 적은 자원으로도 많은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효율성 가공 다양성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 자립을 가능케 하는 생존력은 감자를 단순한 채소 이상으로 만들어준다.

 

식탁에 오른 각국의 감자요리


우리가 흔히 먹는 감자 한 알 속에는 안데스 고산지대의 농부, 유럽의 병사와 굶주린 농민, 마케팅에 눈뜬 왕 그리고 오늘날 전 세계인의 밥상이 모두 들어 있다. 감자는 악마의 열매에서 생명의 상징이 되었고 이제는 문화이자 역사로 남아 있다.

728x90
반응형